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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의 목소리 VOM 2014 12월호 이주민의 목소리 - 쭘리업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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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449회 작성일 1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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쭘리업쑤어! 캄보디아어로 안녕하세요라는 뜻입니다. 저는 캄보디아에서 온 삐젯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우선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센터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왜냐하면 저에게 제 삶의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할 기회를 주셨기 때문에 너무 감사합니다.

우리 어머님께 너무 감사합니다. 왜냐하면 배 속에서부터 지금까지 저를 잘 키우셨기 때문입니다. 정말 우리 부모님의 은혜를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누나에게도 고맙습니다. 우리 누나는 가정형편 때문에 어린나이에 돈을 벌기 위해서 취직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의사였습니다. 아픈 사람들이 아버지를 찾아와 병을 고쳤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 제 꿈은 의사였습니다. 하지만 14살 때까지 손 떨림이 너무 심해서 의사가 되는 꿈은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 후로 제 꿈이 자주 바뀌었습니다. 프랑스어 선생님, 영어 선생님, 영어 관광가이드 등.

제 어린 시절 아버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술을 많이 마셨습니다. 심지어 술을 마시고 어머니를 때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은 결국 이혼하셨습니다. 어머니와 누나, 저 그리고 남동생은 갑자기 경제적으로 어려워졌고 누나는 직장을 구해 일을 해야 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에 가지 못하고 당장 돈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취직도 쉽지 않았고, 영어 학원의 세일즈맨으로 취직하였고 이후 영어강사가 되어서 한달이 10만원 정도 벌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고혈압으로 쓰러져 집안끼리 잘 아는 의사선생님이 어머니를 치료해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분에게 제 장래를 의논했습니다. 그래서 그분이 컴퓨터와 영어를 무료로 가르쳐 주는 교회를 소개시켜 주셨습니다. 그곳에서 열심히 공부하였습니다. 그후 프놈펜의 ASIA EURO 대학에 입학하여 영어공부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습니다. 오전에는 제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아는 분과 방을 하나 구해 영어교육을 했습니다. 열심히 가르쳤지만 돈은 많이 벌지 못했습니다. 처음 3명이던 학생들이 점점 늘어가는 것이 기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방세와 전기세를 내고나면 한국 돈으로 하루에 5천원정도 벌까 말까 했습니다.

돈이 너무 없어 휴학을 하고 영어강사를 하던 시절, 캄보디아 목사님이 한국인 선교사에게 가서 한국어를 배우라고 했습니다. 캄보디아사람들은 한국에 가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한국어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저희 이모도 사촌동생을 한국에 보내고 싶어 했고 제가 함께 한국에 가서 사촌동생을 잘 돌봐줄 것이라 믿고 우리 어머니에게 저도 함께 한국으로 보내자고 했습니다. 우리는 한국으로 취업을 시켜줄 회사에 돈을 내고 기다리며 한국어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한국에 오고 싶은 캄보디아 사람들은 한국어를 공부를 열심히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학원도 생겼습니다. 하루는 한국어학원 원장이 저에게 수강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보라고 했습니다. 그 학원의 수강생들이 대부분 시골출신으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저도 한국어엔 완전 초보였지만 영어를 가르친 경험으로 오전에 한국어를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제가 한국어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한달이 약 25만원정도 벌었습니다. 그 중 10만원은 어머니께 생활비로 드리고 나머지 15만원으로 대학학비와 용돈을 썼습니다. 돈을 벌 수 있어 행복했지만 4개월이 지나자 일거리가 없어졌습니다. 학원원장님이 이제 한국어는 그만하고 한국문화를 가르친다고 했습니다.

어쨌든 그 한국어학원에서 한국어를 가르친 경험이 저에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때 번 돈으로 대학에 복학도 할 수 있었고 한국어에 자신감도 갖게 했습니다. 물론 학원원장이 저에게 “빨리 한국어를 잘하게 가르쳐라”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서 기가 막힌 적도 있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저에게는 여러 가지 꿈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공장에서 일하는 것이 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기서 열심히 일하여 돈을 벌어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합니다. 저는 센터에서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올해에 처음으로 한국어말하기대회에 나갔습니다. 3등 안에 들지 못했기 때문에 내년에 꼭 다시 나가서 1등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한국어로 쓰는 일도 할 것입니다.

글/사진인물 : 삐젯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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